성폭행 피해 호소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30대 부부가 자신들이 당한 억울함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담은 유서를 남기고 함께 숨졌다. 유족들은 “유전무죄 판결에 대한 억울함을 견디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5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0시 28분쯤 전북 무주 캠핑장에서 A(여·34·충남 논산시) 씨와 남편 B(37) 씨 부부가 번개탄을 피운 채 쓰러져 있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둘 다 숨졌다. 유서에는 A 씨를 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1심에서 강간 혐의 부분이 무죄로 선고된 C(37) 씨에 대해 “친구 아내를 탐하려고 비열하고 추악하게 모사를 꾸몄다”, “죽어서라도 끝까지 복수할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충남경찰청은 지난해 4월 대부업 설명 홍보와 자금투자를 요구하며 지인들을 폭행하고, 친구 부인인 A 씨를 폭행·협박하고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조직폭력배 C 씨를 지난해 5월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C 씨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대전지법 논산지원은 지난해 11월 폭행 등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C 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강간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남녀관계로 발전해 성관계를 맺었다는 피고인 진술내용을 수긍할 만하다”고 판시했다. C 씨는 군 판사 출신인 경기 수원 소재 법무법인 변호사와 논산지역 변호사 등 2명을 선임했다. 유족들은 “상식적으로 남편 친구와 합의된 성관계라면 부인이 남편에게 자발적으로 털어놓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입증할 수 없지만 가해자 측이 변호사 수임 비용 등으로 수억 원을 썼다고 한다. 돈 없고 연줄 없어서 당한 것 같다.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논산지원 관계자는 “부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당시 판결도 상당히 고심 끝에 내려진 것으로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인사이동된 상태”라고 말했다. C 씨의 변호인 측도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