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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학교폭력 희생자 가족의 1년 “학교폭력 없애달라는 아들 유서 품고 다녀”
조회 : 31,677
2013.02.10 15:03
학교폭력 희생자 가족의 1년 “학교폭력 없애달라는 아들 유서 품고 다녀”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1년여 전 중학생 아들이 세상에 남긴 말은 “학교폭력을 없애주세요”였다. 그는 이 말이 적힌 아들의 유서를 늘 품고 다닌다. 유서가 이 땅에서 학교폭력을 없애는 밀알이 돼줄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또래 아이들의 집단폭력에 시달리다 2011년 12월 아파트에서 투신한 대구의 중학생 권승민군(사망 당시 14세)의 어머니 임지영씨(48·영천금호중 교사·사진)를 4일 만났다. 권군의 안타까운 죽음은 정부의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권승민법’이다.

 
임씨의 지난 1년은 악몽 같았다. “우리 가족은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느라 몸부림쳤습니다. 남은 세 식구 모두 불면증, 우울증에 걸렸고 정신과 치료와 약물 등에 의존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텨왔죠.”

경북 안동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주말부부로 지내던 남편(49)은 지난해 8월 학교를 그만뒀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던 남편은 승민이가 떠난 뒤 ‘아내와 큰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 돌봐주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던 것이다.

임씨는 먼저 떠난 아들의 방과 책상, 장난감 등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매일 아침 눈만 뜨면 방을 찾는다. 아들 책상에 놓인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다. “폭력 없는 저세상에서 아들이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면서….”

임씨는 학교에서 제자들을 바라보다가 승민이 생각이 나 혼자 펑펑 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임씨는 아들이 유서에 남긴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가족을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늦었지만 먼 훗날 만날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서라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임씨는 지난달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 교사로서 그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결국 행사장을 찾아갔다.

그는 이날 피해자치유센터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만난, 자식들이 살아있는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사건 전후의 상황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두 달여 동안 눈물을 삼키며 쓴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에는 자식 잃은 슬픔을 소상하게 토해내며 부모와 학교, 사회 모두가 학교폭력의 감시자가 돼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픔을 떠올리는 게 죽기보다 싫었지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어물쩍 넘어갈 수 없어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복수하고 싶지만 참고 지낼 뿐입니다. 학교폭력 방지를 위해서도 가해자는 반드시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제2, 제3의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가해학생과 부모, 학교 측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끝까지 진행했다. 결국 학교법인과 교장·담임교사·가해자 부모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소송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어려워 몇 번이나 그만둘까 했습니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임씨는 “제 자식 죽었다고 남의 자식을 평생 범죄자로 살게 하느냐”는 등 온갖 험담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괴로웠지만 아들의 유서를 생각하면 뜻을 굽힐 수 없었다. 지금도 불면증과 매일매일 싸운다.

그는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영 미덥지 않다고 평했다. 모든 게 가해자 위주로 짜여 있을 뿐 피해자 입장은 좀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을 불러놓고 격의 없이 대화하고 토론할 때 제대로 된 치유책이 나옵니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가해자를 강제전학만 시키면 끝이라는 사고에 젖어 있습니다.”

교육청이 학생에게 고민상담을 해주는 위(Wee) 클래스를 자랑하고 있지만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임씨는 지적했다.

“위 클래스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모아놓고 상담합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무섭고 꼴도 보기 싫은데 한자리에서 모여 치유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교사이기 때문에 학교현장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시로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상담하면서 힘과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는 “상담 때마다 승민이가 생각나 가슴이 미어지지만 학교폭력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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